어느새 내가 단유를 했네. 이제 막 임신하고 출산한 친구들이 모유수유에 대해 물어보는데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와 알게된 지식을 기록해본다. '하정훈 박사님, 권향화 원장님, 알잠, 맘똑TV, 우리동네 산부인과'와 같은 유튜브 채널에서 신생아 육아 관련 지식을 쌓았고, 맘스홀릭 카페에서 많은 경험담을 들었다.
1. 수유용품 구입 시기
분유수유 용품은 출산 전에 미리 준비해두어야 출산 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사용할 수 있다. 모유수유를 할 생각이더라도 분유수유 용품이 필요할 수 있다. 모유량이 아기 먹을 만큼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분유나 젖병을 선물로 주는 산부인과, 조리원이 있으니 확인 후에 사도록 한다. 모유수유 용품은 조리원에서 준비해도 된다. 내가 모유가 잘 나올지 안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남들이 좋다고 해서 구매한 '국민 OO' 제품이 나와는 안맞을 수도 있다. 산부인과 수유실과 조리원에는 수유용품이 구비되어 있으니 적어도 두 번의 샘플 사용 기회가 있다. 그 곳에서 사용해본 제품이 나에게 편하다면 그 제품을 사면 된다. 애초부터 바로 분유 수유로 넘어갈 사람은 분유 수유용품을 준비한다.
2. 모유수유 용품 (√ 꼭 구매, √ 상황 봐서 구매)
√ 수유의자 : '어디서 수유를 할 것인가'는 모유수유자에게 특히 중요한 문제이다. 아기가 어릴 땐 회당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하루에 8~12회 정도 수유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 팔걸이가 있는/없는/낮은 의자, 침대, 쇼파 등 가족의 생활 패턴과 동선, 가구 특징을 고려하여 정한다.
수유 상황을 상상해보면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기가 배고프다고 운다. 온 힘을 다해 응애~~~ 하고 운다. 분유수유를 한다면 따뜻한 물을 젖병에 따르고 분유를 해당 스푼만큼 넣을 것이다. 마음이 급하다. 젖병을 흔들어 분유를 녹이며 급하게 수유쿠션을 착용한다. 아기는 여전히 사력을 다해 울고 있다. 아기를 안아 달래면서 수유 장소에 간다. (모유수유의 경우 필요하다면 유두보호기를 착용하고) 발받침대를 밟고 올바른 수유 자세를 잡아 아기를 먹인다. 아기가 울면 맨붕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동선의 최소화를 고려하여 편안한 장소를 골라야한다.
침대는 높이를 고려해야 한다. 침대가 높다면 발받침대가 필요하다. 발이 떠있거나 까치발을 하면 엄마 발목과 무릎에 통증이 생긴다. 쇼파는 시트의 폭이 중요하다. 바닥에 발을 붙이고 쇼파에 앉았는데 등받이에 등이 닿지 않는다면 쿠션을 대주는 것이 좋다. 캠프밸리 수유의자가 유명하다. 나는 등받이가 있으면서 팔걸이가 낮은 의자를 선택했다. 수유하는 동안 의식적으로 꼿꼿하게 앉아 어깨를 내리고 등을 펴주려고 등받이 있는 의자를 택했고, 커다란 수유쿠션을 팔걸이에 걸쳐놓고 두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어서 팔걸이가 낮은 의자를 선택했다.
√ 수유쿠션 : 나와 맞는 수유쿠션을 찾으면 좋다. 산부인과와 조리원 수유실에서 사용해본 제품이 나와 맞으면 럭키다. 수유쿠션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개발했는지 등허리 쿠션, 높이, 재질, 형태 모두 제각각이다. 나는 높은 수유쿠션을 사용하고 싶어서 '다울아이 수유쿠션'을 사용했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 수유 발받침대 : 발받침대, 미니스툴, 모유수유 스툴 등으로 검색하면 된다. 발받침대가 너무 가벼우면 올라가다가 밀릴 수 있으니 주의! 아기 안고 급하게 발받침대 올랐다가 미끄러지면 큰일나요. 나는 발받침대가 벽에 기대어 있을 거라 가벼운 미니스툴을 사긴 했는데, 지나고보니 나중에 복직하면 가져가게 '듀오백 발받침대' 같은 본격 발받침대를 살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젖병 중탕기(워머) : 모유수유 50일 정도에 모유량이 많아지면서 유축할 일이 생겼다. 젖병에 넣어 냉장고에 두었다가 아기가 배고픈 시각이 될 즈음 미리 워머에 데워 수유를 준비했다(시간표 육아가 진가를 발휘함). 전자렌지에 데우면 모유의 좋은 성분이 파괴된다고 한다. 중탕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시간표 육아와 스타일이 안 맞는 경우는 비추다. 아기는 배고프면 정말 목.청.껏. 울기 때문이다. 미리 안사도 되는 아이템.
√ 유두보호기 : 산부인과에 모유수유전문가 선생님이 모유수유를 코치해주시면서 나에게 유두보호기가 필요한지 필요 없는지 알려주시므로 그 때 사면 된다. 산부인과와 조리원에는 소독해서 쓰는 공용 유두보호기가 있다. 아기한테 남이 물었던 걸 쓰게 하는 게 찝찝했지만 학교 급식실에서 소독된 수저 쓰는 거 생각하면.. 그래 뭐, 하면서 넘어갔던 것 같다. 나는 '메델라 유두보호기'를 사용했는데 아주 만족했다.
√ 유축기 : 모유수유 초반에 유축기가 필요하다. 모유량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유축(또는 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시간표 육아에 빠진 이유이기도 하다.) 모유가 나오지 않더라도 유축 간격에 규칙성을 주면 뇌가 모유를 주기적으로 생성해야함을 인지하고 관련 호르몬이 활성화된다. 즉, 출산 직후 유축의 개념은 '모유를 짠다'가 아니라 '뇌를 자극한다'인 것이므로 결과물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꾸준히 임해보자.
조리원에서 메델라, 스펙트라, 시밀레 유축기를 써봤는데 다 좋았지만 비싼 돈을 주고 사기엔 아까웠다. 왜냐하면 ① 모유수유가 힘들어서 금방 단유하고 싶어질 수도 있고, ② 모유수유가 6개월 정도 지속되면 아기와 수유 텀이 맞아지니까 유축기가 필요 없어지고, ③ 유축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사출이 심해져서 아기를 먹이기 힘들어지며, ④ 유축기는 당근으로 거래도 안되기 때문이다. 일단, 구청에서 한 달 간 대여를 신청한다. 나는 유축기를 반납한 후에도 유축기가 필요하여 손 유축기인 '하카 유축기'를 구매했는데 너무 잘썼다. 모유를 또르르 똑똑 흐르게 해 사출이 심해지지 않게 유축할 수 있었고(물론 쥐어 짜면 물총처럼 나온다), 모유수유 중 유축기를 다른 쪽 가슴에 붙여두어 Loss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미리 사둘 필요는 없지만 모유수유를 지속하다보면 필요하다고 느낄 시점이 올 것이다.
√ 모유보관팩 : 모유보관팩이 뭔지도 몰랐던 시절, 모유 보관 못하게 되더라도 이유식 육수를 보관하면 된다는 소리를 듣고 잔뜩 구입했다. 유축한 날짜와 시각을 적을 수 있어서 좋기는 했는데, 환경을 생각하면 미안하다. 조리원에서는 유축한 모유를 젖병에 보관하고 마스킹 테이프에 네임펜으로 유축 시각을 적어두었다. '네이처러브메레 모유보관팩'을 사용했는데 눈금 간격도 크고 좋긴 좋았다. 굳이 필요했었나 싶긴 하다.
√ 모유수유티슈 : 뭔지도 몰랐던 시절 잔뜩 산 아이템2. 모유수유 전 위생을 위해 가슴을 닦는 용도, 유두보호기를 사용하게 되니 닦는데 신경을 덜 썼다. 상황 봐서 구입해도 될 듯. 훗날 이유식 먹이고 아기 입 닦을 때 사용하고 있다. '마더케이 모유수유티슈'를 구입했고, 외출할 때 기저귀 가방에 가볍게 넣어놓고 다닐 수 있어서 좋긴 좋다.
√ 수유 패드 : 뭔지도 몰랐던 시절 잔뜩 산 아이템3. 내가 원할 때 모유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었다. 모유가 아기가 빨 때만 나왔다면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은 모유수유를 했을 것이다. 모유는 아무때나 나오므로 팬티 안에 라이너를 붙이듯, 브라 안에 수유패드를 붙인다. 내 모유량이 어떤지 출산 전에는 모르기 때문에 몇 개나 살지 가늠이 안되서 그렇지 조리원에서부터 필요하긴 하다. 수유패드는 여러 브랜드 제품을 써 봤는데 추천할 만한 제품을 못 찾았다. 수유패드가 한 차례 젖고 나면 가슴이 쓸려서 아팠기 때문이다. 자주 갈아주는 것만이 방법인데 또 환경에 미안하다. 양이 많아지고 오랜 시간 외출할 때는 수유패드를 갈아 끼우는 게 번거로워서 '하카 모유 콜렉터'를 사용했다. 모유 양이 많아져 찰랑찰랑 거리면 화장실에 들러 버렸다. 브라 안에 실리콘 콜렉터를 넣어두는 방식이기 때문에 가슴 사이즈가 한 컵 이상 커 보인다는 장점인지 단점인지가 있다.
√ 분유 : 조리원에서 돌아왔을 때 분유가 없으면 정말 곤란하다. 일단 산부인과나 조리원 퇴소 선물로 분유를 주는지 확인해보자. 우리 동네 어느 마트에서 분유를 파는지 남편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나는 4개월까지는 모유수유를 했기 때문에 분유는 신경쓰지 않았는데, 이유 및 단유를 하면서부터는 무전분으로 바꾸고 싶어서 '힙분유'를 직구해서 먹이고 있다. 분유 종류는 아기의 상황에 따라 알맞게 찾아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배앓이가 심하다든지, 변비가 있다든지, 칼륨을 적게 먹어야한다든지, 몸무게를 잘 늘려야한다든지, 혹은 줄여야한다든지 등등의 상황이 생긴다. 특별한 상황이 없으면 보통 처음 선택한 분유를 이어서 먹이게 된다.)
√ 젖병 : 유리, PPSU 소재의 젖병이 있는데 둘 다 열탕과 UV 소독이 가능하다. 신생아 때 레이퀸(150mL), 모윰(200mL), 4개월부터는 더블하트(240mL) 사용했다. 닥터브라운이 배앓이 방지 젖병으로 유명했는데 세척이 힘들어보여 포기했다. 특별한 디자인이 아니면 젖병은 다 비슷한 것 같다. 처음부터 오래 쓸 240mL 사라는 조언도 있는데, 젖병이 크면 눈금 간격이 좁아지니까 아기 때 양을 맞추기 어렵다. 세척의 용이함을 위해 네모난 젖병보다는 둥근 젖병을 선호한다.
√ 젖병 꼭지 : 구멍 크기에 따라 사이즈가 매겨진다. SS(신생아) - S(1개월) - M(3개월) - L(6개월) - LL(9개월)이 있다. 꼭 개월수에 맞게 딱~ 바꾼다기보다는 아기가 빠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먹는 속도가 더딜 때, 먹다가 보채는 경우 한 단계 큰 사이즈로 바꿔 먹이면 된다. 나는 각 사이즈별로 3~4개씩 쓴다.
√ 젖병 소독기 : 젖병, 젖병 꼭지, 쪽쪽이, 치발기, 장난감, 아기 칫솔, 아기 숟가락 등 아기 입으로 들어가는 건 다 넣게 된다. '유팡' 쓰고 있다.
√ 젖병 세정제 : '레드루트, B&B, 블랑' 써봤는데 뭐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레드루트가 거품이 많이 나서 뽀득뽀득해질 때까지 좀 더 오래 헹구긴 했다.
√ 젖병 세척솔 : '더블하트 젖병세척솔, 젖꼭지 브러쉬' 쓰고 있다. 다른 건 안 써봐서 비교 불가지만 불편함 없이 잘 쓰고 있다.
√ 젖병 건조대 : 젖병만 꽂을 수 있는 것보다 젖병 꼭지나 쪽쪽이도 걸 수 있게 짧은 가지도 있는 디자인이 좋은 것 같다. 물 빠짐이 가능한 건조대를 사야하는데, 건조대를 위로 집어들어도 아래로 물이 흐르지 않는 건조대를 추천한다. 세척한 용품을 통째로 소독기에 넣기 위해 건조대 째로 들고 가고 싶은데 밑으로 물이 주르르 흘러서 행주질을 해야 한다.
√ 분유포트 : 분유를 먹이는 적합한 온도는 40℃~45℃이다. 항상 끓인 물을 식혀 먹여야 한다. 아기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물이 끓었다가 식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분유포트는 물을 끓였다가 식으면서 설정한 온도 그대로 유지해주는 주전자이다. 온수 정수기도 항상 40℃를 유지한다는 면에서 편하지만 끓였다가 식히는 방식이 아니라면 균을 죽일 수 없기 때문에 지양한다. '보르르 분유포트' 아주 잘 쓰고 있다.
√ 역류방지쿠션 : 아기는 트림을 잘 못한다. 트림을 시키지 못하고 내려두면 게워내므로 역방쿠에 눕혀놓는다. '다울아이, 제이엔제나, 도노도노' 세 개 썼는데, 트림을 잘 시켜주는 역방쿠 같은 건 따로 없고, 우리집, 친정, 시댁에 각각 두고 잘 썼다.
√ 트림패드 : '밤부베베 트림패드'를 구입하고 활용을 못했는데 잘 했어야 했다. 사실 나는 그 시절 버릴 면티만 입고 살아 트림패드가 별로 필요 없었다. 하지만 남편이 트림 시킬 때마다 아기가 개워내서 버려야하는 옷이 한 두개가 아니게 되었다. 남편이 육아에 참여할 의지가 높다면 트림패드 구입 추천한다.
3. 분유수유 용품
- 분유, 젖병, 젖병 꼭지, 젖병 소독기, 젖병 세정제, 젖병 세척솔, 젖병 건조대
- 수유 시트('알프레미오 수유시트' 사용했는데 조리원에서부터 분유수유 할 때, 아기 앉혀놓고 사진 찍을 때 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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